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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저작권과 표절

표절의 의혹이 농후한 어떤 박사 논문에 대해 국민대학교의 공식적인 발표로 뜨거운 댓글이 쏟아지던 날, 마침 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저작권’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글만 쓸 줄 알지 저작권이 어떤 것인지 출판사와의 계약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지식에 목말라했던 나에게 16시간이라는 한국과의 시차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매절이니, 배타적발행권이니 하는 용어가 마치 영어를 대하듯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저작권자와 복제권자라고 불리는 법이 명명하는 창작의 세계는 창작의욕을 꺾을 만큼 협소했다.   과거에는 출판계약을 할 때 계약서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아는 작가로부터 출판사 사장을 소개받았고 출판을 하겠다는 의견만으로 책이 세상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설픈 관행인데 다들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출판은 얼렁뚱땅 이어졌고 저작자는 위탁으로 이뤄지는 판매 부수를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인세를 받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지금은 표준계약서라는 게 생긴 게 다행이지만 인세 지급에 대한 관행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출판계약으로 최악의 충격을 안겨준 건 ‘구름빵’ 사건이다. 공개된 수익만 4400억 원에 달한다는데 작가에게 돌아간 건 고작 1850만원뿐이라니. 매절계약을 했기 때문이란다. 매절계약은 미래에 얻어질 수익과 관계없이 일시불로 출판사가 대금을 먼저 작가에게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뒤늦게 작가는 저작재산권이 모두 양도되었음을 발견했고 현행법은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   6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암살’이 “13년 전 출간된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등 상당 부분을 표절했다.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제작사, 감독, 각본 집필자 등을 형사고발하는 한편 1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낼 것”이라고 인터뷰했던 소설가 최종림의 재판 결과를 말해주는 강의자의 설명에 ‘창작을 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강의자가 예시로 보여주는 시 2편도 언뜻 보기에 비슷한 단어, 표현이 표절 같아 보였다. 그런데도 표절이 아니라고 판명이 되었단다. 그만큼 표절을 증명하기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시와 달리 소설은 구성과 소재를 다 보여주는 셈이라서 얼마든지 재창조가 가능하다.     오래 전에 나는 단편소설 ‘동물원에 가다 보면’을 썼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젊은 육체를 남기고 싶어 사진관엘 들어갔다가 사진사와 관계를 갖게 되는 내용이다. 그 소설이 실린 단편집을 나는 아는 지인에게 전했다.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영화가 나왔다. 사진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은 후 젊은 여자로 둔갑해버려 자신을 몰라보는 가족들과의 해프닝을 그린 영화였다. 영화는 흥행했고 그녀는 그 영화 덕에 꽤 많은 돈을 받은 걸로 안다. 그녀가 내 단편소설을 보지 않았다면 그 성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겠지만 ‘사진관’이라는 모티브가 같으니 그녀를 대하는 내 속마음은 편치 않았다.   표절에 대한 국민대학교의 태도도 어이가 없지만 자신의 글을 도용당해도 항변할 수 없는 구조적 불공정에 강의가 끝나고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권소희 / 소설가열린 광장 저작권 표절 출판사 사장 영화 시나리오 소설가 최종림

2022-08-10

[열린 광장] 저작권과 표절

표절의 의혹이 농후한 어떤 박사 논문에 대해 국민대학교의 공식적인 발표로 뜨거운 댓글이 쏟아지던 날, 마침 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저작권’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글만 쓸 줄 알지 저작권이 어떤 것인지 출판사와의 계약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지식에 목말라했던 나에게 16시간이라는 한국과의 시차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매절이니, 배타적발행권이니 하는 용어가 마치 영어를 대하듯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저작권자와 복제권자라고 불리는 법이 명명하는 창작의 세계는 창작의욕을 꺾을 만큼 협소했다.   과거에는 출판계약을 할 때 계약서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아는 작가로부터 출판사 사장을 소개받았고 출판을 하겠다는 의견만으로 책이 세상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설픈 관행인데 다들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출판은 얼렁뚱땅 이어졌고 저작자는 위탁으로 이뤄지는 판매 부수를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인세를 받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지금은 표준계약서라는 게 생긴 게 다행이지만 인세 지급에 대한 관행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출판계약으로 최악의 충격을 안겨준 건 ‘구름빵’ 사건이다. 공개된 수익만 4400억 원에 달한다는데 작가에게 돌아간 건 고작 1850만원뿐이라니. 매절계약을 했기 때문이란다. 매절계약은 미래에 얻어질 수익과 관계없이 일시불로 출판사가 대금을 먼저 작가에게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뒤늦게 작가는 저작재산권이 모두 양도되었음을 발견했고 현행법은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   6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암살’이 “13년 전 출간된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등 상당 부분을 표절했다.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제작사, 감독, 각본 집필자 등을 형사고발하는 한편 1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낼 것”이라고 인터뷰했던 소설가 최종림의 재판 결과를 말해주는 강의자의 설명에 ‘창작을 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강의자가 예시로 보여주는 시 2편도 언뜻 보기에 비슷한 단어, 표현이 표절 같아 보였다. 그런데도 표절이 아니라고 판명이 되었단다. 그만큼 표절을 증명하기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시와 달리 소설은 구성과 소재를 다 보여주는 셈이라서 얼마든지 재창조가 가능하다.     오래 전에 나는 단편소설 ‘동물원에 가다 보면’을 썼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젊은 육체를 남기고 싶어 사진관엘 들어갔다가 사진사와 관계를 갖게 되는 내용이다. 그 소설이 실린 단편집을 나는 아는 지인에게 전했다.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영화가 나왔다. 사진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은 후 젊은 여자로 둔갑해버려 자신을 몰라보는 가족들과의 해프닝을 그린 영화였다. 영화는 흥행했고 그녀는 그 영화 덕에 꽤 많은 돈을 받은 걸로 안다. 그녀가 내 단편소설을 보지 않았다면 그 성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겠지만 ‘사진관’이라는 모티브가 같으니 그녀를 대하는 내 속마음은 편치 않았다.   표절에 대한 국민대학교의 태도도 어이가 없지만 자신의 글을 도용당해도 항변할 수 없는 구조적 불공정에 강의가 끝나고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권소희 / 소설가열린 광장 저작권 표절 출판사 사장 영화 시나리오 소설가 최종림

2022-08-07

"시나리오 통해 한인 정체성 세상과 공유" 레지나 김 영화·TV쇼 작가

올해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 K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할리우드에서 공포 장르 부문 영화와 TV쇼 각본으로 주목을 받는 한인 2세가 있다.   시나리오 작가 레지나 김 씨다.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알라메다에서 성장한 김 씨는 고등학교 때 소설가로 등단했다.     11학년에 판타지 모험 소설 'YA(Young Adult)'에 이어 12학년에 'Ignition and Crane's Compass'를 출간하고 아마존에서 판매했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김씨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할 수 있도록 지지했다. 덕분에 고등학교부터 작가로 활동하고 UC버클리에서 영문학과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     대학교 2학년 때 할리우드에 있는 제작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영화 시나리오 쓰는 작업을 배웠다. 작가는 혼자만의 작업이었지만 영화 시나리오는 여러 사람과 협업이 매력적이었다.       김 씨는 졸업 후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다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LA로 이주했다.     UCLA 석사과정에서 MFA 시나리오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요즘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먼저 TV 파일럿 호러 '인큐버스(Incubus)'와 크립티드(Cryptid) 등 공포영화를 집필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첫 작품인 수면 마비에 대한 공포를 그린 TV 파일럿 '인큐버스(INCUBUS)'는 2019년 블러드리스트(Blood List)에 선정됐다.     이어 제작팀과 함께 베스트셀러 책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TV 쇼도 개발 중이다.     또한 일본계 미국인 배우인 앨리 마키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중 캘리포니아 일본계 미국인들의 포로수용소 격리 등 역사적인 배경 속 사랑,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고 있다.     김 씨는 작품을 통해  한국문화와 서양문화, 유형적 세계와 영적 세계 사이 이분법적 세계 그리고 그 안에 한국계 미국인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살아가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서스펜스와 공포의 레이어를 통해 공포 장면을 재구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로 공포 장르를 쓰는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이다. 김 씨는 "한국에 귀신이 주는 공포가 있다면 미국은 킬러로 한국과 미국의 공포는 확연히 다르다"며 "이 두 나라의 공포가 혼합된 작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향후  이민 2세 그리고 코리안 아메리칸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영화 및 TV쇼 등 시나리오를 통해 세상과 끊임없이 공유할 계획이다.     김 씨는 "이민 1세대는 낯선 땅에서 생존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2세는 아메리칸 드림이 다르다. 많은 문이 열려 있다"며 "1세대와 2세 양쪽의 삶에 대한 시각을 다 이해한다" 고 말했다.     이어 "한인 2세가 작가로서 강점"이라며  "어렸을 때는 한국인과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리했지만, 지금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미국에 사는 아시안의 이야기를 영화와 TV쇼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시나리오 정체성 영화 시나리오 시나리오 프로그램 시나리오 작가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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